'엄마가 있어서
좋다/나를 이뻐해주어서/냉장고가 있어 좋다/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중략)/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썼다는 '아빠는 왜?'라는 시(詩). 최근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육아(育兒)에 있어서 대한민국 아빠들은 이렇게 '열등생' 취급을
받기 일쑤다. 15개월 난 딸을 둔 은행원 김형선(31)씨도 "나도 사실은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그렇지만 날마다 야근이고
술자리인데, 어떻게 제가 육아를 하겠어요. 아이랑 마주 앉아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고요…."
갈수록 '프렌디(친구처럼
가까운 아빠)' '스칸디 대디(스칸디나비아 부모처럼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빠)'가 화두인 시대. 아빠들은 그러나 시간도 없고, 체력도
달리고, 아이디어도 없다고 걱정한다. 요즘 서점가엔 이런 아버지를 위한 이른바 '육아 격려서'가 쏟아지고 있다. '내 아이를 위한 아빠의 3분
육아' '철학자 아빠의 인문 육아'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아빠 양육' '엄마들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아빠의 말' '파더십' 같은 책이다.
이들 책 저자들은 "아빠가 할 수 있는 육아가 따로 있다"고 주장하고, "하루 10분만 투자해도 아이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아빠가
'엄마 대신' 필요한 존재가 아닌, 아빠만의 고유 영역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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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씩만 몸으로
놀아줘라'아빠 육아'를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아빠는 엄마와 달리 '몸으로 놀아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아빠 양육'을 쓴 심리학자 강현식씨는 "아빠가 아이와 몸으로 놀아줄수록 아이들은 스트레스와 우울함을 덜게 된다"면서 "실제로
각종 연구를 봐도 아버지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아이들의 우울증, 자살 시도, 반사회적 행동, 공격성이 낮아진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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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기자
꼭 온종일 놀아줄
필요는 없다. 몇 분이면 충분하다. '내 아이를 위한 아빠의 3분 육아' 저자인 일본인 오타 토시마사는 '3분 육아'를 내세웠다. "아이의
집중력은 '나이+1분'이라는 말이 있다. 두 살짜리라면 3분이 집중력의 한계라는 뜻이다. 어릴 때부터 3분씩만 잘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 그가 제안하는 3분 놀이는 이런 식이다. '신문지 칼싸움' '눈 가리고 아빠 찾기' '풍선으로 배구 하기' '나무처럼 아빠 몸
올라타기' 같은 것들이다. 돈도 안 들고, 쉽고 단순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토시마사는 "별것 아닌 시도가 아이에게 큰 기쁨과 추억을 준다"고
했다.
'아이의 미래, 아빠 하기에 달렸다'라는 책을 쓴 김근규씨도 '10분 육아론(論)'을 내세운다. 김씨는 "엄마가 아이의
보호와 양육을 위한 활동을 주로 한다면, 아빠는 원시시대부터 해왔던 원초적인 방식으로 아이에게 접근하고 몸으로 놀아줄 수 있다"면서 "하루
10분씩만 아이와 놀아줘도 아이가 불안과 초조함을 내려놓고 유쾌하게 세상과 부딪히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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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2인
3각, 엄마를 웃게 하라아빠 육아 조언가들은 하나같이 "엄마를 웃게 하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오타 토시마사는 "아빠
육아의 핵심은 아이와 교감하는 것, 부모가 행복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엄마를 웃게만 해도 아빠 육아는 성공"이라고
했다.
엄마는 어떻게 웃게 할까. 시작은 맞장구란다. '정말?' '그렇지' 같은 말만 해도 엄마는 아빠 앞에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고.
엄마의 태도도 중요하다. 강현식씨는 "엄마는 문지기(gatekeeper)와도 같다. 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아이도 영향을 받는다"고 썼다. 엄마가 아빠를 긍정적인 존재로 인식해야 아빠의 양육 태도도 좋아지고, 아이들도 아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뜻이다. 강씨는 "아이들 앞에서 싸웠다면 반드시 아이들 앞에서 화해하라"고도 했다. 엄마와 아빠가 때때로 싸워도 늘 함께하는 존재임을
보여줄수록 아이는 세상을 믿고 의지하게 된다는 조언이다.